사진설명 = 좋은문화병원 소화기내과 여승현 과장
최근 30대 여성 환자가 김밥과 샐러드를 먹은 뒤 심한 구토와 복통으로 좋은문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환자는 “점심으로 먹은 도시락이 상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확인됐으며, 심한 탈수 증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
좋은문화병원 소화기내과 여승현 과장은 “실온에서 보관된 음식은 짧은 시간에도 세균이 급격히 번식할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가 식중독 증상을 호소한다. 여 과장은 “식중독은 사계절 내내 발생할 수 있지만,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세균 증식 속도가 빨라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으로, 세균·바이러스 또는 그들이 생성한 독소가 주된 원인이다. 주요 증상은 설사, 복통, 구토, 발열, 근육통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감염 후 648시간 내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23일 이내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 흔히 발생하는 원인균으로는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황색포도상구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있다. 병원성 대장균은 덜 익힌 고기나 오염된 채소, 살모넬라는 덜 익힌 달걀·닭고기에서 주로 발견된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실온에 방치된 김밥이나 샐러드 같은 즉석 음식에서 쉽게 증식하며, 장염비브리오균은 생선회·어패류·젓갈 등에서 발생한다. 이 외에도 노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지사제 남용, 회복 지연 가능성
식중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 보충이다. 이온음료나 따뜻한 보리차 등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는 음료를 자주 섭취하고, 식사는 죽이나 미음 등 부드러운 탄수화물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반면 유제품, 기름진 음식, 커피 등은 장을 자극하고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증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여 과장은 “지사제를 과도하게 복용하면 체내의 균과 독소 배출이 지연돼 오히려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의사의 판단에 따라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예방은 철저한 위생 관리부터
식중독 예방의 기본은 개인 위생과 음식 보관이다. 손에 묻은 세균은 2시간 이상 생존이 가능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식중독의 약 70%를 예방할 수 있다. 조리된 음식은 가능한 빨리 섭취하고, 상온에 오래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조리하면 대부분 사멸된다. 또한 도마와 칼은 용도별로 구분해 사용해 교차 오염을 방지해야 한다.
일부 식중독은 전염성을 지니기도 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 시 환자의 대변이나 구토물을 통해 전파될 수 있어, 가족 간 동시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철저한 손 씻기, 수건 개별 사용, 음식 공유 금지 등 위생 수칙을 지켜야 하며, 필요하면 격리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
여 과장은 “피가 섞인 설사, 의식 변화, 고열 등이 있거나 24시간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 노인, 기저질환자는 탈수에 취약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