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좋은삼선병원, 신경과 조기용 과장

글씨를 쓰거나 식사를 할 때 손이 떨려 신경과를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 ‘진전(tremor)’이라 불리는 떨림은 신체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정확한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소뇌·뇌간·시상·대뇌피질로 이어지는 운동 신경 회로의 이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떨림의 원인은 다양하다. 파킨슨병이나 근긴장이상증 같은 신경계 질환, 갑상선 기능 항진증·간기능 이상과 같은 내과적 질환, 피로·긴장·스트레스·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 생리적 요인, 약물 부작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를 ‘본태성 진전’이라 한다.

본태성 진전은 가장 흔한 운동장애로, ‘양성 떨림’ ‘가족성 떨림’ ‘특발성 떨림’이라고도 불린다. 40세 이상 인구의 약 4%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발병률도 증가한다. 특히 10대와 50대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전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다. 약 절반 정도는 유전적 요인이 있어 가까운 가족에게서 비슷한 증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주요 증상은 양쪽 팔의 떨림으로, 특정 자세나 동작 시 손과 팔이 규칙적으로 떨린다. 반면 편안히 앉아 있거나 누워 힘을 뺀 상태에서는 증상이 없는 것이 파킨슨병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손이나 팔 외에도 턱·입술·머리·목소리에 떨림이 나타날 수 있으며, 초기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떨림 강도가 심해져 사회활동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진단은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 CT·MRI 등의 영상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떨림이 시작된 시기, 심해지는 상황과 자세, 가족력, 약물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필요 시 뇌 영상검사를 통해 구조적 이상 여부를 배제한다.

치료는 주로 약물 요법을 사용하며, 가장 흔히 쓰이는 약은 베타수용체 차단제다. 다만 이 약은 혈압을 낮추고 심박수를 떨어뜨릴 수 있어 고령자나 심장질환 환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긴장이나 불안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에는 안정제를 함께 쓰기도 한다. 완치약은 없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 반응은 양호하다.

약물로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대표적으로 뇌 안에 전극을 삽입해 신경 회로를 억제하는 뇌심부 자극술과, 떨림을 일으키는 부위에 초음파를 집중시켜 신경을 괴사시키는 고집적 초음파 수술이 있다.

손떨림을 단순히 노화 현상이나 난치병으로 여기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의 호전 및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에 떨림이 있을 때는 즉각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