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좋은문화병원 순환기내과 서정민 과장

고혈압은 국내 성인의 약 30%가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고, 심할 경우 뇌졸중·심부전·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좋은문화병원 순환기내과 서정민 과장은 “고혈압은 단순한 혈압 수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질환”이라며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40대 젊은 환자도 급증… 정기적인 측정 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2021년 700만 명을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에는 74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평균 증가율은 14.1%에 달한다.
연령대별로는 80대 이상이 41.2%(97만여 명)로 가장 많고, 70대(39.9%), 60대(31.4%) 순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젊은 층 환자의 증가세다. 5년 새 20대는 27.9%, 30대는 19.1%, 40대는 14.6% 증가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과 이완기 혈압(심장이 이완할 때)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된다. 정상 혈압 기준은 각각 120㎜Hg, 80㎜Hg 이하이다.

고혈압 환자의 약 90%는 뚜렷한 원인이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며, 유전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모 모두 고혈압인 경우 자녀에게 발생할 확률은 46%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고령, 비만, 흡연, 음주, 짠 음식 섭취, 운동 부족 등이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서 과장은 “두통이나 뒷목 통증 등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고혈압이 아닌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크다”며 “고혈압 여부는 반드시 반복적인 혈압 측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치 시 뇌졸중·심부전·신부전 등 합병증 위험

고혈압의 치료는 생활 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로 나뉜다. 전 단계에서는 체중 감량, 염분 섭취 조절, 금연, 규칙적인 운동 등의 비약물 치료로도 관리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확정되면 약물 복용이 필수다.

서 과장은 “혈압약은 단순히 수치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혈압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을 막기 위한 치료”라며 “복용 후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악화될 수 있어 지속적인 복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다양한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뇌혈관 파열로 인한 뇌출혈과 뇌졸중이 있다. 실제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80%는 고혈압 병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심장에는 심근 비대와 기능 저하로 심부전이 발생하며, 동맥경화를 통해 협심증·심근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장의 경우 초기에는 단백뇨가 나타나고, 점차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되면서 투석이 필요한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꾸준한 생활 습관 개선이 예방의 핵심

고혈압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일상 속 실천이 중요하다. 체중 감량, 염분 섭취 제한, 금연, 절주, 꾸준한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음주는 약물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지양하는 것이 좋다.

서정민 과장은 “혈압이 높다고 당장 위험한 건 아니지만, 고혈압은 수술로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며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예방 중심의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