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좋은삼선병원, 정형외과 허태영 과장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서 회사원 강모 씨는 그동안 중단했던 조깅을 다시 시작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즐거움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충분했지만, 최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첫발을 내딛는 순간 뒤꿈치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완화돼 조깅을 이어갔지만, 아침마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결국 병원을 찾았고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았다. 흔히 하이힐을 신는 여성에게 많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던 터라 강씨는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40~60대에 흔하지만 젊은층에서도 증가

최근 조깅이나 마라톤 등 달리기 문화가 확산하면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에서 발가락까지 이어져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는 두꺼운 섬유띠 근육으로,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내딛거나 장시간 앉았다가 일어날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걷다 보면 다소 완화되지만, 휴식 후 다시 움직일 때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40~60대에서 많이 발생하며 남녀 비율은 비슷하다. 발 구조가 평발이거나 아치가 높은 요족인 경우, 종아리 근육이나 아킬레스건이 뻣뻣한 경우 발생 위험이 크다. 또한 무리한 달리기·걷기, 신발 교체, 체중 증가, 장시간 서 있는 직업 등도 원인이 된다. 특히 굽이 높은 하이힐이나 바닥이 얇은 플랫슈즈를 자주 신는 여성에게 흔히 나타난다.

수술 없이도 90% 이상 호전

족저근막염이 아침 첫발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이유는 밤새 발을 사용하지 않아 근막이 수축하고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첫 보행 시 근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염증 부위에 긴장이 가해져 미세 손상이 반복된다.
따라서 치료와 예방의 핵심은 스트레칭이다. 앉은 자세에서 아픈 발을 반대쪽 무릎 위에 올린 뒤 손으로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당겨 15~20초간 유지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아침 기상 직후나 오래 앉은 뒤 일어나기 전 시행하면 효과적이다. 발바닥을 마사지하면 더욱 도움이 된다. 하루 3~5세트, 1세트 10회 반복이 권장된다. 이러한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환자의 90% 이상이 수술 없이 호전된다.
또한 무리한 운동을 줄이고 쿠션이 좋은 신발을 착용하며, 필요 시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 평발이나 요족 같은 구조적 문제는 맞춤형 깔창이나 보조기를 활용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 등 비수술적 치료 고려

스트레칭을 꾸준히 했음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약물치료, 보조기 착용, 체외충격파 요법 등을 고려한다. 소염진통제는 초기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되며, 6주 이상 스트레칭에도 호전이 없는 경우 보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미세 손상을 유도해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 회복을 촉진한다.
좋은삼선병원 정형외과 허태영 과장은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는 아주 심한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있으나, 발뒤꿈치 지방층 위축이나 족저근막 파열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이상 호전이 없는 경우 드물게 수술을 고려할 수 있으며, 초음파나 MRI 검사는 다른 원인을 감별해야 할 때에만 시행한다”고 덧붙였다.